인색했던 부자 한(韓)씨
옛날에 부림면 단원리 수축마을에 한(韓)씨의 성을 가진 부자가 살았다. (편의상 그를 「한부자」라 부르기로 하겠다.) 그는 어느 정도의 부자였는가 하면 수축마을에서 단원리까지 가도 비를 조금도 맞지 않고 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의 집을 짓고 떵떵거리며 살았다. 그런데, 그 인색의 도가 어떻게나 심하든지 거지가 와서 동냥을 청해도 곡식 한 알 주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문전박대를 하여 내쫓을 정도였고, 만일 일꾼들이 곡식 낟알 하나 흘려도 야단을 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봄날, 스님 한 분이 문전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청하였다. 그러나, 한부자는 도무지 나타나지 않았다. 스님은 시주를 할 때까지 계속 염불을 하였다. 염불 소리를 듣고 있던 한부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드디어 그 스님을 내쫓게 하였다. 하인들에게 떠밀려 쫓겨난 스님은 주인 마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여쭈어라고 하인에게 말하였다. 스님의 말에 따라, 하인이 들어가서 주인마님에게 스님의 말을 전하였더니, 한부자는 「그래? 그러면, 그 중을 데려 오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한부자 앞에 나아간 스님은 말하기를,「주인마님, 이 집앞에 보이는 고송골 골짜기의 오목한 산을 더 높이 돋우면 부자 위에 더 부자가 될 것입니다. 깊이 통촉하소서.」하고 소승은 물러갑니다 하면서 떠나 버렸다. 그 말을 들은 욕심꾸러기 한부자는 다음날부터 일꾼들을 시켜 개울의 모래와 흙을 파다, 그 산의 오목한 곳을 높게 돋우게 하였다. 그러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한부자는 자꾸 망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에 가서는 완전히 망하고 그 집은 폐허가 되어 버렸다. 오늘날도, 옛날 한부자가 살았던 터를 파면, 기와장이 나올 뿐 아니라, 옛날 한 부자가 일꾼을 시켜 돋운 그곳에는 큰 기목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그 근방을 파 보면, 모래와 자갈이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산에는 옛날 한부자의 큰 무덤이 있는데, 후손들이 와서 가꾸고 있으며 명절에는 성묘하러 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