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마누라 대신에 선풍기를 꼭 끌어안고 지새던 올여름은 쉽사리 물러가지 않고 끝까지 버티기 작전으로 나오지만 어김없이 풍요의 계절은 추석과 함께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이제 몸과 마음이 한가로운 이 시간에 지난 날을 잠시 그려본다. 폭염이 하늘을 찌를 때 우리가족은 휴가로 의령을 지나던 차에 남천구름다리를 보고 유럽의 어떤 작은 도시에 온줄 알고 얼마나 놀랬던가. 아니 이런 시골에 이렇게 환상적인 유원지가 있단 말인가. 용인 에버랜드보다도, 대구 수성못에 동동동 떠다니는 오리 보다도 더 가슴에 와 닿고 전혀 때 묻지 않은 신선함을 느낀다. 아무데서도 보지 못한 삼거리 구름다리의 웅장하고도 멋진 디자인. 이 볼거리와 탈거리 오리보트와의 멋진 조화. 얼굴 까만 오리 아저씨의 번뜩이는 눈매에서 나오는 오리 탑승객 관찰, 활기찬 언행에서 나오는 오리 아주머니의 친절함. 이분들과 오리가 있어서 구름다리가 더 돋보이는거 같고 의령이 더 유명해지는거 같다. 나는 지금 자기 의무를 확실히 해주는 이 두 분과 이 모든 시설을 만들어 주신 군수님께 감사드린다.